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2025년 9월 26일 저녁, 대한민국 정부 전산망의 핵심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는 정부 서비스의 대규모 마비로 이어지며 국민 생활과 행정 업무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화재는 저녁 8시 15분경 관리원 5층에 위치한 전산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기 조사에 따르면, 무정전 전원 장치(UPS)에 사용되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기 위한 사전 작업 도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해당 전산실에는 서버와 화재에 취약한 리튬 이온 배터리 수백 개가 인접해 있었으며, 배터리 팩 총 384개가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으나, 전산 장비의 피해를 우려하여 물 대신 이산화탄소 소화기 등을 사용한 진화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의 특성상 재발화 위험이 높고 강한 연기가 계속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화재는 발생 약 22시간 만인 다음 날 오후 6시경에야 완전히 진압되었습니다.

이번 화재의 가장 큰 피해는 정부 전산 시스템의 광범위한 마비였습니다. 불이 난 5층 전산실에는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우편·우체국 금융 서비스’ 등 핵심 서비스를 포함한 약 70여 개의 중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화재 발생 후 열과 연기로 인한 항온항습기 고장으로 전산실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자, 추가적인 장비 손상을 막기 위해 관리원 전체 서버의 전원이 선제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전 본원에 입주한 총 647개의 정부 업무 시스템이 가동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위기경보수준을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여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복구 작업은 화재 진압 후 전산실의 열기와 연기를 빼내는 배연 작업과 안전 점검이 완료된 후에야 본격적으로 착수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 복구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편/금융’, ‘정부24’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1, 2등급 중요 시스템을 우선순위로 진행되었습니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 관리 소홀과 더불어, 전산 장비와 배터리 간의 좁은 이격 거리, 중요 국가 전산망을 관리하는 시설의 재난 대비 태세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특히 화재 위험 해소를 위해 진행 중이던 배터리 이전 작업 도중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이 커졌으며, 향후 전산 장비 및 전력 공급 시설의 안전 기준과 데이터센터의 재난 대응 시스템 전반에 걸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